(충북뉴스 구본상의 우리말 허심탄회) 어제(12월 3일)는 올겨울의 첫눈이 내렸다.

퇴근길, 회사 주차장이긴 했지만 나름 펑펑 쏟아져 쌓여가는 눈을 대면했으니 분명 첫눈이었다. 어떤 이들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 잡던 옛 시절을 떠올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보고 싶던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첫눈 온다며 슬쩍 연락도 남기고 그랬으리라.

그러고 보면, 왜 우리는 소위 “첫눈”에 그렇게 의미를 두고 싶어할까?

‘처음’이 주는 미지의 설렘 때문일지,

‘눈’이라는 순백의 존재가 소리도 없이 우리네 고단하고 초라한 삶을 덮어주기 때문일지.

어쩌면 그 두 가지 모두, 처음의 ‘설렘’과 깨끗한 이미지의 ‘순백’이 함께 더해지는 순간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설레는 순백의 순간을 같은 시공간에서 보고 느낀 사람은 훗날 다시 기억할 그날에 조금은 더 특별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감성적인 말을 더하지 않더라도, “첫눈”은 따로 사전에 단어로 있을 만큼 존재감이 있다.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리고 첫눈과 함께 이번 겨울 첫 한파도 찾아왔다.

눈과 같은 감성적 해석은 아니지만 추위, 더위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중요한 일상의 변화이자 의미이리라. 그래서 ‘그해 겨울 처음으로 닥친 추위’라는 “첫추위”, 그리고 ‘그해 여름에 처음으로 맞는 더위’라는 “첫더위”라는 단어가 있다.

이렇듯 ‘첫’이라는 관형사로 처음이 강조된 말은 무척이나 많다.

사계절마다 시작되는 첫머리를 뜻하는 “첫봄”,“첫여름”,“첫가을”,“첫겨울”도 있고,

‘맨 처음의 기회’를 뜻하는 “첫고등”이라는 낯선 우리말도 있다.

갓난아이나 시집온 새색시의 처음 나들이는 따로 “첫나들이”라는 말로 보듬는다.

그리고 그해에 처음으로 나는 홍수는 “첫물”이라고도 한다.

처음은 또 처음이라 쉽지 않기에 애도 쓰이고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으로 길을 다녀오는 일”을 뜻하는 “첫행보”라는 말도 있다.

첫눈, 첫추위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1년의 마지막인 12월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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