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뼈를 파고드는 고통을 안겨준다는 통풍(痛風). 한밤중 갑작스럽게 엄지발가락이 붉게 부어오르며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게 만드는 이 질환은 많은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들이 걸리는 '왕의 병'이라 불렸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고령화 등으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대사 질환이 되었다.
처음 통풍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절망부터 앞선다. 평생 치킨과 맥주를 멀리해야 하고, 퓨린 함량이 낮은 음식만 골라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런데 임상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오해가 있다. 바로 '식단만 잘 지키면 통풍이 낫는다'는 믿음이다. 미국류마티스학회(ACR)를 비롯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고기·해산물·술을 아무리 엄격하게 제한해도 혈중 요산 수치가 낮아지는 폭은 1~2 mg/dL에 그친다. 식습관 개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미 관절과 조직에 쌓인 요산 결정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최근 의학계는 식이요법에만 의지한 채 요산 수치 조절을 미루는 경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통풍을 단순한 '관절 질환'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통풍은 심장과 혈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대사 질환이며, 심혈관 질환을 미리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환자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전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58% 높았다.
혈액 내에 과잉 축적된 요산 결정은 관절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 벽에도 침착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저하되고 산화 스트레스와 전신 염증이 유발되어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 결과 심근경색,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은 물론 심부전과 심방세동 같은 심각한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주목할 점은 통풍 발작이 일어난 직후의 시기이다. 미국 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통풍 발작을 겪은 환자가 이후 60일 이내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경험할 위험이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가락의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핵심은 요산저하제를 통한 꾸준한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혈액 검사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통풍 환자의 혈중 요산 수치를 체내 요산 결정이 녹을 수 있는 농도인 6 mg/dL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0만 명 이상의 통풍 환자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약물 치료로 1년 이내에 요산 수치를 6 mg/dL 미만으로 낮추고 유지한 환자들의 5년간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줄었고 생존율도 높았다. 수치를 5 mg/dL 미만으로 더 적극적으로 조절한 환자군에서는 심혈관 위험이 23% 감소하는 결과도 확인됐다.
안타깝게도 급성 발작이 사라지고 통증이 없어지면 완치됐다고 여겨 약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약을 끊으면 요산 수치는 다시 오르고, 관절 증상과 함께 혈관 내 염증 반응도 재개된다. 통풍 관리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수치를 확인하며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환자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재앙이 아니다. 내 몸의 대사 균형이 무너졌음을 미리 알려주는 고마운 경고등이다. 무엇을 먹었느냐를 두고 자책하기보다는, 담당 의사와 함께 '요산 수치 6 mg/dL 미만'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이다.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약을 거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이 쌓이면 결과는 달라진다. 적극적인 요산 조절로 심혈관을 보호할 수 있다면, 통풍은 더 이상 두려운 질환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만성 질환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