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행동하는학부모연합 대표
박수경 행동하는학부모연합 대표

최근 충북 도내 학교에서 발생한 흉기 사건 소식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과 불안을 안겼다. 유사한 사건으로 교육 공동체 전체가 큰 상처를 입은 지 채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더욱 참담하다. 이제 학교는 더 이상 ‘안전이 전제된 공간’이라 말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의 학교,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리고 이 문제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물론 특정 개인이나 한 기관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책임까지 흐려져서는 안 된다. 특히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한 교육 시스템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더 이상 이를 ‘예외적 사건’으로 치부하며 넘어갈 수 없다.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한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가정과 더불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책임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또래와 관계를 맺고, 사회적 규범과 가치, 도덕을 배워간다. 그래서 학교는 ‘작은 사회’라 불린다.

그러나 지금, 그 신뢰는 분명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감정 조절과 자아 형성이 진행되는 사춘기의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라면 그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지, 혹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 학교폭력 건수는 2020학년도 2만 5903건에서 2024학년도 5만 8502건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학교폭력은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5학년도 실태조사에서도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의 확산이 확인되었다. 여전히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폭력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폭력은 행정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며 교육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과 같은 교내 흉기 사건은 단순한 학교폭력을 넘어 사회적 범죄로 확장되며 학부모들의 불안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것은 ‘대책 발표’였다. 그러나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대책은 쌓였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선언적 대응만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생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예방 조치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인권과 사생활 보호라는 중요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제한적인 범위 내의 점검과 관리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인성교육 강화와 사회성 함양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학생의 정서와 관계 역량을 키우는 교육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이 전제되지 않는 학교에서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안전한 학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책임은 물론, 지역사회와 가정의 역할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가정은 아이가 처음으로 관계를 배우고 감정을 익히는 출발점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가정에서부터 형성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녀의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는 부모의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가정이 함께 책임을 나눌 때 비로소 아이들은 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반복되는 사건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며 지나갈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지금의 학교를 과연 ‘안전한 공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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