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청주 법률사무소 진 사무국장·법학박사] 11월 16일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사법당국에 체포되지 않기 위하여 조계사로 피신하였다.

한 위원장은 6. 23.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5․1 노동절집회 폭력시위 주도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된 상태였다.

항간에는 한 위원장이 명동성당으로 가려다가 명동성당 측이 거부하여 조계사로 은신처를 택했다고도 한다. 왜 명동성당에서는 한 위원장의 도피처 제공 요청에 대하여 거절했을까. 그 이유는 성스러운 종교시설에 범죄인으로 치부되는 인사를 보호했다가 사회적 비난과 범인 체포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공권력의 투입 등으로 종교시설에 대한 훼손 내지는 종교단체로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번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것도 조계사 측과 사전에 협의를 하고 조계사가 승낙하여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임의로 들어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체포과정이 있었지만 충돌 직전에 양쪽이 극적으로 합의하여 큰 불상사가 없었지 자칫 잘못했으면 조계사나 경찰 모두 큰 상처를 입을 위기에 직면했었다.

국가 공권력으로부터 수배를 받아왔던 사람들 중 일부는 명동성당이나 조계사와 같은 종교시설을 자신의 피난처로 선택하여 몸을 숨기기도 하였고, 종교단체는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해 주었다.

문제는 종교시설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성역(聖域)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종교시설은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 아니다. 국가의 법치(法治)가 미치는 시설일 뿐이다. 이를 간과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현행법을 위반하여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을 은닉해 주는 것은 실정법을 위한한 범죄행위다.

종교단체나 종교인이라고 하여 다를 바 아니다. 종교적 차원의 용서와 현행법 차원의 용서는 다르다. 법 집행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 종교단체가 아무리 크고, 권위가 있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속의 일은 세속의 법률에 의하여 지켜져야 한다. 국가가 종교의 일에 관여하면 종교를 탄압한다고 관여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조계종은 12월 9일 성명을 발표하고 "공권력 투입은 한국불교를 짓밟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조계사가 범죄인을 은닉하지 않았다면 공권력을 조계사에 투입할 일이 있었겠는가. 스스로 국가 공권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도록 하지 않았는가.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이는 범죄자를 체포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직무유기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면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상균 위원장을 만나고 국가공권력의 진입을 반대하는 등의 입장을 보이며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집행을 방해하였다.

그리고 화쟁위원장이던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이 체포된 후 ‘다시 조계사에 이와 같은 문제가 생겨도 현재와 같이 받아줄 것’처럼 이야기했다. 이 발언은 국가의 공권력 집행에 대하여 개입하고 범인을 은닉해 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종교지도자가 세속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말처럼 보여 보기 안타깝다.

화쟁위원회는 국가공권력에 대한 집행을 판단하고 중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 권한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종교계에 국한되어야 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잘못이다.

한 위원장은 퇴거를 약속했던 기간을 어기고, 신도들과 충돌하면서 조계사가 자신을 고립시킨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25일의 도피를 끝내며 기자회견을 하고, 투사처럼 조계사 문을 나설 때 200여명의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길을 터주면서 보호해 주기도 했다. 그는 투사와 같은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물러 있던 28일간 수백에서 수천 명의 전경과 경찰들이 한 위원장 한명 때문에 밤낮으로 고생한 부분에 대한 위로와 격려는 어디에도 없다.

한 사람의 가치가 수백 수천의 이 땅의 젊은이들보다 큰 것인가. 과연 이러한 현상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이제부터라도 종교계는 법을 위반하여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받아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종교계를 지키는 일이고, 국가 공권력이 자신들의 성전을 마음대로 유린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스스로 화(禍)를 만들어 놓고 이를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다. 종교계는 종교계의 문제에만 집중하면 된다. 세상 모든 일에 관여하고 싶으면 세상 속으로 나와야 한다. 두 개를 쥐고 저울질하지 않는 것이 현자(賢者)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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