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뉴스 조은미의 재미있는 클래식) 스승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스승의 제자.. 얼핏 들으면 막장 드라마나 삼류 소설에 나올법한 사랑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막장 드라마가 아닌 아름답고 애잔하기까지한 3명의 예술과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3명의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장남으로 태어난 브람스는 선술집이나 카페에서 연주하며 생계형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성실한 그를 눈여겨 본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은 절친한 슈만에게 그를 소개했다. 슈만과 브람스는 1853년에 처음 만났고 슈만은 브람스와의 첫 만남을 1853년 9월 30일자 일기에 짧막하게 기록했다. “브람스가 날 만나러 왔다(그는 천재다)”

브람스는 자신이 존경하던 슈만의 칭찬과 호의에 감동했고, 자신이 작곡한 곡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스타인 클라라가 연주한다는 사실에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낭만주의 음악을 꽃피운 이 3명의 음악가 슈만과 브람스, 클라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울증 증세가 있던 슈만은 반년 후 라인강에서 투신 자살을 기도했다. 생명은 건졌지만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입원한지 2년만인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브람스는 존경하는 스승인 슈만을 떠나보내며 애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슈만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9, Varations on a Theme by Schumann, Op.9>를 작곡하여 클라라에게 헌정했다.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구애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클라라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일곱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새로운 사랑이나 로맨스는 클라라에게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14살 연상의 여인이자 자신의 스승의 아내였던 클라라를 브람스는 어떤 감정으로 사랑했을까. 그녀의 외면의 아름다움과 음악적으로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의 모습, 그리고 일곱명의 아이를 양육해나가는 어머니로서의 연민이 모두 함축되어 있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슈만은 정신병원에 입원한지 2년만인 46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후 클라라는 77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평생 독신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슈만의 악보를 편곡하여 연주하며 알리는 일을 했다.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브람스 또한 평생 독신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냉소적인 성격과 예술적으로 완벽주의적인 성향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브람스와 클라라는 슈만 사후에 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브람스의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세월이 지나고 브람스는 클라라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40시간 동안 달려왔지만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클라라는 77년 생애중 16년의 결혼생활 동안 슈만을 사랑했고, 43년간 브람스와 만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1896년 5월 20일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뒤 브람스의 건강도 눈에 띄게 쇠약해졌고, 결국 이듬해 4월 브람스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브람스의 음악은 우울하면서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애잔함이 있다. 아마도 평생을 한 여자만 바라보며 생을 마감한 그의 사랑과 일생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브람스의 음악은 늦가을이나 비오는 날에 감상하기 좋다. 어쩌면 브람스의 음악은 클라라가 남긴 또하나의 유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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