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지방 아파트, 그래도 청주는 왜 아직 선택받는가?
[기고] 이명례(문학박사,대명투자산업개발 대표이사,공인중개사)
전국 주택시장에서 ‘악성 미분양’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2026년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6208가구이고,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물량은 3만 1307가구에 이르렀다. 이미 지어놓고도 비어 있는 집이 14년 만에 다시 3만 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준공 후 미분양의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발표 기준으로 지방 비중은 86%를 넘는다. 충북 역시 이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은 아니다. 2026년 1월 말 기준 충북의 미분양 주택은 1,929가구로 집계됐다. 다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온도 차는 분명하다. 청주시는 같은 시점 공동주택 미분양 현황을 별도로 공표하고 있으며, 민간 집계로는 약 300가구대, 346가구 수준으로 파악된다. 전국적으로 수만 가구의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과 비교하면, 청주는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미분양은 ‘집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지방의 많은 도시에서는 이미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무너지고 있다. 청년층은 빠져나가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생활 기반이 약해지면서 집은 남고 사람은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된다. 그 결과가 바로 준공 후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아파트다.
그러나 같은 지방이라도 모든 도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지방은 무너지고 있지만, 청주는 아직 선택받고 있다. 이 문장은 지역을 두둔하는 표현이 아니라 시장이 보여주는 구조적 사실에 가깝다. 청주는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생활의 연결성이 유지되는 몇 안 되는 지방 도시다.
오창의 이차전지 산업,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축, 오송과 청주공항을 잇는 광역 접근성은 외부 인구 유입과 실수요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부동산은 결국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흐름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사람은 일자리와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실제로 청주 주택시장은 지방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외곽이나 비선호 입지에서는 미분양이 발생하지만, 산업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전세 수요와 실입주 수요가 동시에 유지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반등이 아니라 도시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같은 지방이라도 ‘산업이 있는 도시’와 ‘산업이 없는 도시’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위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선택받는 도시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산업이 멈추면 수요도 멈추고, 수요가 멈추면 미분양은 순식간에 늘어난다. 지금 청주가 지켜야 할 것은 집값이 아니라 도시의 이유다. 사람들이 왜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지, 왜 이곳에서 살고 일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불 꺼진 아파트는 공급 실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사람이 머물 이유가 사라졌다는 신호다. 반대로 아직 불이 켜진 도시는 선택받을 이유가 남아 있는 도시다. 지방은 무너지고 있지만, 청주는 아직 선택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