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수천만원 들여 15∼17일 특1등급 호텔서 ‘의원 전문성 함양’…시선 싸늘

[충북뉴스 청주=안영록 기자] 탄핵정국에다 AI(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주시의원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제주도의 특급호텔에서 연찬회를 갖기로 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의회(의장 황영호)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의 한 특1등급 호텔에서 의원 연찬회를 갖는다고 14일 밝혔다.

시의회는 애초 계획된 일정이라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자부담 없이 혈세 3천500여만 원으로 예산으로 계획된 이 연찬회에는 시의원 36명과 사무국 직원 13명 등 총 49명이 참석한다.

연찬회에선 의정활동과 전문성 역량 강화, 위원회별 분임토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만찬과 4.3평화센터 방문, 사려니숲길 트레킹 등 자칫 관광성 연찬회로 오해받기 십상인 프로그램도 다수다.

시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이번 연찬회는 의정활동의 전문성 함양에 초점을 맞춰 내실 있는 교육일정이 되도록 했다”며 “(연찬회는) 시민 기대에 부응하는 생산적이고 모범적인 의정활동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시의회 입장과는 달리, 외부에선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다.

충북도내 시군이 AI와 구제역 차단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 단체장의 경우 새해 순방도 잠정 연기하는 등 그야말로 패닉상태기 때문이다.

시민 김 모(32‧여)씨는 “최순실 국정농단에다 AI, 이젠 구제역까지 온 나라가 비상시국인 가운데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도 시기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건 사실”이라며 “시민의 대표라는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공무원은 “AI에다 구제역까지 주야간으로 비상근무에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라며 “이 시국에 지역구 주민들과 만나 민생을 돌보기는커녕 제주도의 특급호텔에서의 연수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씁쓸해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일감몰아주기와 뺑소니 의혹, 기자에게 돈 봉투 전달미수 등 갑질 논란으로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와중에 제주도까지 가서 꼭 연찬회를 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혀를 찼다.

인기기사
저작권자 © 충북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