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박사·충북정론회 회장 강대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소추안이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헌정사상 두 번째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이 박 대통령의 4월말 퇴진과 6월 선거라는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자연스럽게 탄핵심판 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되더라도 부결될 것처럼 예상되었었다.

그런데 돌연 비박 쪽에서 박대통령이 사퇴시기를 분명하게 밝히기를 요구하였고, 이에 청와대에서 확답이 없자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여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탄핵심판 소추안은 재적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하여 찬성 234표(78%)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탄핵심판 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200명을 넘겨 가결되었다.

매주 되풀이 되는 촛불 민심의 파도를 여당인 비박계는 자멸(自滅)보다는 친박과 선긋기로 풍랑을 피하고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탄핵심판 소추안을 가결시킴으로서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갔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헌재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빠른 시일에 매듭짓기 위하여 서두르는 모습이다. 12월 30일 3차 준비기일로 지정하여 다툼이 있는 부분들에 대한 정리를 서두르며 양측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의 이러한 속도를 감안하여 빠르면 2017년 1월 안에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특히 박한철 소장 임기가 2017년 1월 31일이기 때문에 박 소장 퇴임 이전에 선고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 학자들도 헌법재판인 탄핵심판과 형사재판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범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기존에 드러난 정황들만으로도 탄핵심판이 가능하다며 철저한 사실조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

물론,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헌재재판이든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판결을 하든, 드러난 정황만을 가지고 판단을 하 든 그것은 법관의 양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재판이라는 형식은 기계적 수치를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오로지 그 재판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재판관들이 어떻게 절차를 진행하고, 어느 것을 증거로 삼고,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어느 점에 중점을 두고 결정을 하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관들의 몫이다.

재판관이 한 판결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과 같은 심급의 정함이 있는 것은 상위 재판부가 다시 심리를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같은 판단은 다시 심리할 수도 없고 그 결정이나 판단으로 종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 중에는 빨리 탄핵소추가 인용되어 박대통령이 탄핵되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싫다고 남도 싫어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다. 문제는 빨리 빨리 가 아니라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에 따라 탄핵소추에 대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는 헌정 농단에 따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헌법상 최고 권력의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최순실과 같은 개인에게 휘둘려 국민들에게 참담한 자괴감을 심어 주고 헌정을 농단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 헌법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판단하도록 해야 하고 그 판단을 부여받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결정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들을 판단하여 조속히 결정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집회는 좋지만 막무가내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을 인용하는 쪽으로 서둘러 결정을 해 달라는 식의 부담을 주는 집회는 삼가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잠시 한사람의 대통령을 직에서 파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에 기록되는 중요한 사건이 된다.

시간이 지난 후 후대들이 보았을 때 이번 사건이 새로운 사건에 대한 판단기준이 되고, 현재의 판단이 법치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법의 집행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심(私心)없이 행했다하여도 잘못된 선택이 국가를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갔다면 분명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한 정도가 대통령의 중요성에 비추어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국민들이 느꼈던 분노에 따른 단순한 좋고 나쁨과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일은 국회가 제출한 탄핵사유와 박대통령이 제출한 답변서를 객관적이고 사심 없는 마음으로 판단하여 국가를 올바로 세우는 마음으로 명쾌한 결정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둘러 결정을 내리다가 잘못된 판단을 하기 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확실한 증거와 명분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익과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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