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박사‧충북정론회장 강대식] 2015년 12월 16일 송 모 씨 등은 국회를 상대로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늑장 처리해 공무담임권과 선거운동 자유 등이 침해당했다”며 2015헌마1177호 외 5건의 헌법소원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16년 3월 28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소멸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선고했다.

이는 헌재가 2014년 10월 당시의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구 획정이 지역구 간 인구 편차에 문제가 있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을 하면서 2015년 12월 31일까지 새 선거구를 만들라며 개정시한을 정해준바 있는데도 국회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불이익을 받았다고 제기한 사건의 결론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일 전 13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있고,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새로운 선거구가 확정된다.

이 법 규정대로라면 2016년 4월 13일 치르는 제20대 총선의 경우 13개월 전인 2015년 11월 13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을 도출해야 했으나 국회는 각 당의 이해관계만 따지다가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시한인 2015년 12월 31일도 지키지 못했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선거에 출마하려고 준비 중인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 출마해야 하며, 선거구민이 누구이고,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여야 하는지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인해 인지도가 있거나 의정보고회가 가능하여 홍보를 할 수 있는 현역의원들은 비교적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았지만 처음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신인들은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국회는 2016년 3월 2일이 되어서야 겨우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피청구인에게 “국회의원의 선거구를 입법할 명시적인 헌법상 입법의무가 존재하고, 헌법이 위임한 선거구에 관한 입법의무를 상당한 기간을 넘어 정당한 사유 없이 해태하였다면, 입법자는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할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미 헌법재판소는 구 선거구구역표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피청구인에게 1년 2개월 동안 개선입법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였음에도 이를 지체해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할 헌법상 입법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2016년 3월 2일 국회의원선거를 위한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해 그 다음 날 공포되어 시행되었기 때문에 선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하고 있던 피청구인의 입법부작위 상태는 해소되었고, 따라서 획정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후보자로 출마하거나 선거권자로서 투표하고자 하였던 청구인들의 주관적 목적도 달성되었으므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며 면죄부를 준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러한 결정은 향후에도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하던지 국회가 입법부작위로 인한 선거구 공백상태를 만들어도 선거전에만 선거구를 획정하면 된다는 선례를 남긴 나쁜 결정이다.

특히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위임한 국회의 입법의무를 게을리 한 이번 사안은 중대한 헌법위반이고, 그로 인하여 많은 정치지망생이나 초선 출마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은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본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결정은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배척한 것이다.

또한 자신들을 선택해준 입법부에게 경의를 표하는 엎드리기를 선택한 것인지 의구심도 생긴다. 잘못된 행동에 눈 감은 헌재의 결정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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