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회장]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대비를 장식한 것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 또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192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테러위험인물을 국정원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지정하고 이들의 금융정보를 열람하거나 추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면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더불어 민주당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더불어 민주당 이종걸 의원(12시간 31분을 연설)까지 총 38명의 의원들이 9일간(192시간 25분) 길고 긴 원내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야당의 입장은 지금까지 국정원이 각종 정치적 사안에 개입해 왔던 전례를 언급하며 국정원에게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감청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향후 이를 빌미로 개인의 통신이나 금융정보 등을 열람하여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취합할 수 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듣기에도 생소했던 필리버스터를 우리 국회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은 1969년 이후 47년만인데,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하하였다가 실효성이 없어 사용되지 않다가 2012년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국회의원의 발언시간 제한 규정을 폐지하면서 부활한 것이다.

이 법을 제정한 의도는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독단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합법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의원들이 릴레이 방식으로 연설을 이어 함으로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초선 의원이었던 1964년 동료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던 적이 있었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그동안 야당은 각종 민생법안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빠른 법안처리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부하다가 선거구획정과 맞물려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 테러방지법에 9일간의 시간을 허비하며 법안통과 저지를 위하여 맞섰다.

그럼에도 정작 법안에 대한 표결 시에는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1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퇴장해 버렸다. 이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되는 항목을 조정하거나 변경하는 노력을 하였어야 했다.

그리고 테러방지법이 필요한 법인지 불필요한 법인지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했다.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적극적으로 우리 실정상 테러방지를 위하여 어느 조직이 맡아 일처리를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가 여부를 살펴보아야 했다.

국정원보다 더 조직적이고 대응 능력이 있는 기관이 있는가?

국정원이 부득이 테러용의자를 지목하여 조사하거나 할 경우 그 조사범위나 도청이나 감청을 할 수 있는 범위, 그리고 사후라도 복수의 기관이 이를 감시하거나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 등을 법안에 제안하도록 요구하여 불필요하게 개인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살펴보아도 192시간을 허비하면서 야당이 얻은 것은 몇몇 의원들이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데 사용한 것 말고는 특별히 국민들로부터 잘했다고 박수를 받았다고 보지 않는다.

19대 의원들은 스스로 지난 4년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이 국회에서 국민을 위하여 서 있었는지 아니면 정당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서 있었는지를. 왜 국민들이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였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현재의 정치인에 대하여 올바른 시선(視線)으로 보아주지 않는지 제20대 총선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의 양심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반성을 한 후 진정으로 자신이 국민들을 위하여 봉사해 왔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의정생활을 하였다면 출마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출마를 포기할 것을 권한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고 우리 정치를 낙후된 3류 국가의 구태의연한 정치처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역사의 주역이지는 않지만 악역으로는 남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저작권자 © 충북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