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청주 법률사무소 진 사무국장·법학박사] 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서 총 3억5천8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소속 박기춘(60)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는 “시가 3천120만 원에 달하는 해리윈스턴(Harry winston)과 3천957만 원에 달하는 브라이틀링(brelitling) 등 고가의 명품시계와 안마의자에 대해서는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고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3조의 1에서는 정치자금의 정의를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 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 공직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자,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후원회·정당의 간부 또는 유급사무직원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명하게 법은 정치자금을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에 3천만 원이 넘는 명품시계를 2개나 받았음에도 박 의원은 이를 대가성이 없는 선물이라고 주장하였고, 재판부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 경비로 지출될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예상되는 금전을 정치자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지나치게 정치자금의 범위를 축소하여 판결을 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사용하라(시계와 안마의자)는 취지로 제공됐고, 실제 피고인과 가족이 보관하며 사용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금전으로 바꿔 사용할 것을 계획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무죄로 판단한 당위성을 설시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잘못이다.

대법원 2012도12394 판결을 보면 “지급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는 정치자금부정수수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다. 즉,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품시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현금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고, 박 의원이 돈이 많아 당장 명품시계를 팔아 사용할 만큼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현금화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순이 사용하고 있었고, 이를 현금화할 계획을 찾아보기 힘들어 무죄라면 현금이라고 꼭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개연성이 있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겠는가?

그 돈을 장학사업이나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부가 박 의원에게 한 판결문대로라면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현금이라고 해서 꼭 정치자금이라고 단죄할 명분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절친한 관계라도 현금 2억7천만 원에 달하는 현금과 7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줄 정도로 친분이 있고, 그럴만한 충분한 교류와 관계가 지속되어 왔는가를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국회의원과 분양대행업체 대표 사이에서.

이번 판결을 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일은 이제부터 많은 정치인들이 보석이나 명품시계와 같은 물건으로 정치자금을 선물이라는 포장을 씌워 받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래저래 가난하고 능력 없는 서민만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할 일이 하나 더 생긴 듯하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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