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청주 법률사무소 진 사무국장·법학박사] 2017년 공식적으로 폐지예정이던 사법시험제도에 대하여 지난 4일 법무부가 “사법시험 제도를 4년간 더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 및 관련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촉발된 사법시험 존치와 폐지를 둘러 싼 공방이 전입가경이다.

로스쿨 관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법무부는 슬쩍 한발을 빼며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은 아니라”고 물러섰다.

사법시험제도는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하여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제도이든 제도가 가진 문제점은 있다. 그 문제점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여부다.

어느 날 갑자기 사법시험제도 폐지를 전제로 로스쿨제도가 생겨났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고시낭인(考試浪人)이다. 고시낭인을 없애기 위하여 도입하였다는 로스쿨 제도에도 5년 동안 5회에 한하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고시 낭인을 줄이기 위하여 도입하였다는 로스쿨 제도 역시 법학전문대학원 3년에 5회의 시험기간을 합하면 적어도 8년간은 변호사시험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8년 넘게 하는 수험생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재 정부는 변호사 합격인원을 입학정원대비 75%인 1천500명으로 결정하고 있다. 2014년 제3회만 봐도 응시자 2천292명중 1천550명이 합격하였고, 이는 입학정원대비 77.5%, 응시자 대비 67.62%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한 2천명중 75%가 합격하면 나머지 25%인 500명이 다시 재수를 통하여 시험을 보게 되고, 매년 그 인원은 약 500명씩 시험을 보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고시낭인을 없애기 위하여 사법시험제도를 없애고 법학전문대학원 만을 통하여 변호사를 선발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법시험은 청운(靑雲)의 꿈을 품은 고시생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는 무대인 동시에 합격은 출세를 향한 지름길이기도 했다. 젊음을 불살라 더 높게 도약하려는 의지의 표상이었고, 돈이 없어도 허름한 움막에서 시험에 정진할 수 있는 값싼 도전이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은 막대한 수업료가 소요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3년간 입학하여 공부하기 어렵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빚을 내어 공부하라는 꼴이다. 학부보다 비싼 등록금은 입학인원 대비 교수진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전국에 25개나 분산하여 설립하다보니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사법시험제도가 없어지고 현재의 법률대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이 변호사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 진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에는 응시 자격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제1항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한다”고 못 박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지 못하면 시험 자체를 볼 수 없도록 해 놓았다. 위헌적 요소가 있는 조항이다. 일반 대학에서도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법학석사 위에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조차 응시 자격을 제한하였다는 것은 특정 계층에 대한 특혜인 동시에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거나 재학생, 그리고 관계자들의 주장은 정부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사법시험을 통과하여 배출된 변호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의뢰인들로부터 수임의뢰가 적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학전공자들이 3년간 공부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면 같은 변호사라고 하여도 사법시험을 합격하여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을 받고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변호사에 비하여 고객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충분히 다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선입견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력은 꺼내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단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인 의뢰인들의 선입견이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변호사에게 공포감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부분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여주어 실력을 인정받아 해결할 일이지 필요한 제도를 없애고 그 위에 편하게 서서 일감을 얻으려는 생각에서 사법시험제도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다.

두 개의 다른 제도가 경쟁하고 상호 보완하여 나간다면 이는 국민에게는 필요하고 이로운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변호사가 포화지경이다.

2015년 기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변호사 1천565명과 사법시험을 통과한 합격자 152명(2015년 이후 50명씩 감축)이 배출되었고,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숫자가 배출되었다.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두 제도에서 일부씩 줄이면 된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법무연수원의 문을 열어주어 그들이 실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실력이 없다는 국민들의 선입견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지나친 이기심으로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사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사법시험제도가 국민에게 위해(危害)한 제도가 아니라면 존치시켜 각자 필요한 제도 안에서 다양하게 공부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국회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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