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청주 법률사무소 진 사무국장·법학박사>

2002년 황필상씨는 자신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현금 15억 원과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주)수원교차로의 주식 90%(200억 원) 합계 215억 원을 자신의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고, 아주대학교는 그 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고 한다. ‘구원장학재단’은 회사 수익금 등으로 지금까지 약 2천40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황씨가 재산을 기부한 후 6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원세무서가 ‘구원장학재단’에 증여세 141억 여원을 납부하라는 과세 고지서를 발부하면서 촉발되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에서는 ‘공익법인 등이 출연 받은 재산의 가액은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세무서는 동법 제1항 후단 단서인 ‘공익법인 등이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 받은 경우로서 출연 받은 주식 등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주식 등을 합한 것이 그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등의 100분의 5(성실 공익법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00분의 10)를 초과하는 경우(제16조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계산한 초과부분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는 규정을 적용하여 장학재단과 같이 공익법인에 기부를 했다하여도 이를 무상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과세를 한 것이다.

문제는 현금은 과세에서 제외하고 주식은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 규정은 현금이 아닌 다른 기타 재산으로 기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부문화를 막는 독소조항이 된 것이다.

이 법 규정의 제정 의도는 재벌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하여 도입한 것임에도 예외 규정이 없다. 이는 선의로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하는 선량한 기부자의 기부문화를 막는 ‘독소조항’이 된 것이다.

‘구원장학재단’은 수원세무서의 증여세 부과가 잘못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 재판부는 황씨의 기부가 순수한 목적에서 기부한 것이고, 장학사업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들어 증여세를 회피할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항소심에서는 순수한 기부행위라 하여도 법규상 세금부과는 정당하다고 세무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장학재단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4년째 대법원이 이에 대한 판결을 미루고 있어 계류 중인데, 현재는 141억여 원의 증여세에 가산세 등이 붙어 약 225억여 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원세무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4항 및 5항 규정에 따라 ‘증여자는 수증자가 납부할 증여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는 법규를 적용하여 거액을 기부한 황씨에게도 연대 납세의무자로 규정하여 225억여 원 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하였다는 것이다.

황씨는 세무서의 통지를 받은 후 "평생 번 돈이 좋은 일에 쓰였으면 해서 기부했더니 세금 폭탄이 날아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이 가는 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재산이 많은 부유층들이 부(富를) 세습하는 것에는 눈에 불을 켜고 노력을 하지만 사회 환원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이다.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황씨 사건처럼 획일적이고 예외 규정이 갖추어지지 않은 법률의 제도적 모순 때문이다.

특수이해관계인이 아니라면 무상으로 공익재단에 기부한 사람에게 증여세를 연대하여 책임지고 그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을 폐지하여야 한다.

법원도 지나치게 법률의 자구(字句) 해석에만 치중하여 법의 제정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자제해야 한다.

법은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정서를 감안하여 집행되어 져야 한다.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발생은 지나치게 고전적인 모순이고, 악법이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판결이유를 들어 고쳐나가야 한다.

법원이 악법인줄 알면서 그 법규의 문구에 구속되어 판결을 한다면 사법부는 입법부의 시녀나 다름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선의적으로 기부한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정을 철회하고, 입법부는 잘못된 법을 개선하여 법의 획일적인 일방통행식의 규정을 개정하고, 법원도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하여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판단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제도적 보호가 있어야 건전한 기부를 선택하는 기부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행복하자고 한 일인데 고통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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