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올해 이전비용만 4억2천”…내년 8억 추가
묘지주 ‘분묘기지권’ 주장 땐 추가 비용 배제 못해
허술한 공유재산 관리·장사행정 피해 결국 ‘시민 몫’

산남동 공동묘지 분묘이장 연고사 신고 안내 표지판.jpg▲산남동 산 29-1번지 일원에 조성된 공동묘지 이전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오는 12월까지 묘지 연고자의 신고를 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충북뉴스 DB

[충북뉴스 안영록 기자]  청주시민들의 혈세 십 수억 원이 1980년대 서원구 산남동 산 29-1번지 일원에 조성된 ‘공동묘지’ 이전에 쓰여진다. 무관심과 소극적인 행정에 따른 것으로, 시민들이 낸 세금이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쓰이는 것이다.

충북뉴스가 그동안 불법묘지 고발 등 ‘손 놓은 장사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산남동 ‘공동묘지’ 이전을 추진 중인 시는 공동묘지 인근에 2017년 서원노인복지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시는 3만4천83㎡ 규모의 공동묘지 이전이 끝나는 대로 이곳을 사회복지시설용지로 변경해 복지관 부대시설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현재 공동묘지로 통하는 입구 곳곳에는 오는 12월까지 묘지 연고자들의 신고를 바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시가 파악한 이곳의 주인 있는 묘지인 유연묘는 250기, 주인이 없는 무연묘는 7천432기 등 무려 7천682기의 묘지가 ‘시유지’인 이곳을 뒤덮고 있는 상태다.

시는 유연묘 1기당 이전비용으로 300만 원을 지급하고, 무연묘는 장례업체에 위탁해 화장 처리 중으로, 이 같은 묘지이전을 위해 올해에만 사업비 4억2천여만 원을 확보했다. 내년엔 지금 액수의 배 이상인 8억여 원을 추가로 확보해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 노인장애인과 김영태 복지시설팀장은 “유연묘 중 연락이 닿은 묘지 소유자 등 연고자는 지금까지 12명 뿐”이라며 “또 (유연묘)소유자 파악이 끝나도 확실한 이전 완료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혀 시가 계획한 12월까지의 묘지 소유자 파악은 물론, 완전한 이전시기도 알 수 없음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개발행위를 위해 묘지는 함부로 철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만큼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시가 묘지 이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확인해준 비용만 벌써 12억2천여만 원이다.

하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과 관련된 ‘분묘기지권(아래 * 참고)’을 적용하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란 게 장례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분묘기지권’은 말 그대로 묘지에 대한 권리, 즉 소유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에선 분묘의 형태를 갖추고 수년간 평온·공연하게 유지돼 왔다면 ‘등기 없이 취득’이 가능하다고 지상권과 유사한 물권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시가 제시한 이전비용 300만원에다 추가적인 비용이 더 소요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묘지가 시유지인 남의 땅에 있지만, 장사법은 근본적인 묘지 조성을 막기 위해 법 시행 후 조성된 묘지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법 시행 이전에 쓴 묘지는 인정되고 있다”면서 “만약 연고자들이 묘지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이라도 간다면 시의 계획 차질은 물론, 추가적인 비용발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황규범 주무관은 “연고자들이 본인들의 땅이 아닌, 시유지에 묘지를 수십 년간 유지해왔고, 시의 개발사업에 의해 이전이 추진되는 만큼 기지권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공동묘지 이전을 둘러싼 법적소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남동 공동묘지 내 조성된 불법묘지.jpg▲청주시가 공동묘지 이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공유재산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불법묘지 조성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작년 10∼11월 쓴 것으로 보이는 불법묘지./충북뉴스 DB

산남동 공동묘지는 장사법 시행(2001년 1월 13일) 전인 1980년대 도시개발 사업 등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조성됐다.

해당 부지는 시 소유의 ‘시유지’이지만 산 전체가 공동묘지가 될 때까지 관리와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 누가 묘지를 써도 시 스스로 인정하고 방치해온 셈이어서 공유재산 관리의 허술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시가 묘지 이전사업에 착수해 사업을 추진 중인 지난해 10∼11월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묘지도 발견됐다. 시가 관리·감독에 뒷짐 지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황 주무관은 “그간 공유재산인 시유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복지관 설립 계획과 맞물려 최근 들어 인근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올 초부터 이전을 추진했다. 만약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공동묘지)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시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장사행정을 해왔다면, 지금과 같이 십 수억 원을 묘지이전에 쏟아붓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장례문화 개선사업을 수행 중인 건전사회시민운동 충북협의회장인 정음 스님은 “앞을 내다보는 행정을 했다면 오늘날과 같이 시민 혈세를 제 돈 쓰듯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행정을 이젠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됐다”고 시의 장사행정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묘지가 차지하고 있는 시유지는 쓸모없는 땅이 돼버린 만큼, 시의 관리·감독 허술함이 가장 큰 문제다. 묘지를 없애고 그 땅에 복지관 부대시설을 짓는다고 한들 누가 얼마나 그곳을 자주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하겠냐”고 꼬집었다.

이 같이 산남동 공동묘지 이전문제만 보더라도 그동안 장사업무를 총괄해온 시 복지국의 ‘결재라인’에 있는 이들의 무관심과 엇박자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장사행정에 대한 인식 변화에다, 적극적인 행정이 수반되지 않은 한 이 같은 ‘돈 잔치’는 또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서지 않는 상황이다.

*분묘기지권: 타인의 토지에 쓴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토지 사용을 내용으로 하는, 관습으로 인정되는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는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했을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경우(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분묘이전의 약정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 등에 인정한다.

특히 분묘기지권은 이미 설치되어 있는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서만 주장할 수 있는데, 즉 새 분묘를 설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평장이나 암장돼 있는 경우는 제외하며, 봉분 등 외부에서 봤을 때 묘지 존재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은 약정이 없는 경우,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제사 등을 존속하는 동안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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