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법’ 비웃는 분묘 면적·설치물 등 심각
강서·휴암동 일대 호화 불법 묘지 ‘잠식화’

[충북뉴스 안영록 기자]  청주 도심에도 왕릉이 있다? 유적지에서나 볼법한 ‘왕릉’을 청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왕릉은 아니지만, 분묘나 시설물 등의 규모는 가히 왕릉 수준이다. 
 
지난 8일과 9일 충북뉴스 취재진이 찾은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과 휴암동 일대는 왕릉 수준의 호화 분묘들이 가득했다. 주로 종·문중의 사설 묘지인데 공동묘지를 방불케 한다.
 
청주시가 장사행정에 뒷짐 지고 있는 사이 도심 곳곳이 온갖 형태의 불법 묘지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설묘지의 면적과 시설물의 크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묘지 면적은 30㎡, 봉분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1m 이하, 비석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2m 이내, 상석 1개, 석물은 1개 또는 1쌍(높이는 지면으로부터 2m 이내)이다. 이 같은 적용도 행정기관이 허가한 묘지에 한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접한 강서·휴암동 일대의 분묘들은 이 같은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규모면에 있어서 어느 호화분묘 못지않게 남다른 위엄(?)이 있다.
 
서청주중고차매매단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해 있는 분묘들은 왕복 1차선 도로와 맞닿아 있다. 주변 300m 이내에는 관공서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다. 
 
이들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묘지 조성이 이뤄졌다 해도, 분묘 주변 잔디 사초와 수목 등을 녹화한 흔적이 있어 그 행위가 있은 날부터 장사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인 소유의 땅이어도 엄연히 불법 묘지다.

강서휴암동 일대 불법묘지2.JPG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호화 분묘. 봉분의 높이는 2m에 육박하며, 비석 또한 3m에 달한다. 봉분의 크기와 면적은 왕릉 수준이다.
 
또 다른 호화분묘. 봉분의 높이만 성인남성 키 보다도 훨씬 높은 2m에 육박한다. 2개의 봉분 옆에 자리한 비석 높이는 어림잡아 3m는 돼 보인다.
 
인근의 모 문·종중의 소유로 보이는 분묘들은 어림잡아 산 한쪽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분묘 주변에는 나무도 베어 산림을 훼손한 흔적 등이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듯 청주시의 안일함과 손 놓은 장사행정의 부작용이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며 결국 묘지 소유자들만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 

강서휴암동 일대 불법 묘지2.jpg

▲보기에도 흉측할 정도로 작은 산 한쪽 면이 불법으로 조성된 묘지들로 채워져 공동묘지를 방불케 한다.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수년전부터 묘지 조성이 늘고 있다”며 “우리 집 보다 더 큰 흉측한 묘지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고 있노라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건전사회시민운동 충북협의회장인 정음 스님은 “국토를 잠식하는 불법 묘지수와 비례해 장사법을 미처 접하지 못한 일반시민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서·휴암동 일대 불법 묘지들은 지역에서 보기 드문 규모다. 무차별적으로 행해진 산림훼손 등의 불법행위는 그에 응당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할 것이며, 단체 차원에서의 형사고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관할 행정관청인 흥덕구청은 강서·휴암동 현장 확인과 함께 관계 법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또 지난 1일 충북뉴스가 보도한 청주도심 ‘망자 아방궁’ 조성 기승 제하의 송절동 소재 사설납골당에 대해 “해당 지역은 근린공원지역으로 묘지 등 장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라며 “현장 확인 결과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졌다. 장사법 뿐만 아니라 건축법과 국토계획법 등 법률검토를 거친 상태로, 현재 부서별 행정처분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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