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준 컷

(충북뉴스 백범준의 해우소) 기온이 떨어져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 백로(白露)는 어제였고 내일이면 벌써 추석(秋夕)이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예년보다 다소 이른 추석이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인지라 들녘의 나락은 익어 고개를 숙였고 오색과일은 영글어 가고 있다. 며칠 전 이 시기 명절 대목을 앞두고 수확의 기쁨으로 분주해야 농민들의 손길은 기쁨은 잠시 미뤄둔 채 분주하기만 해야 했다.

초강력 태풍의 북상소식 때문이었다. 일 년 농사를 태풍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농민들의 그런 손길은 사투(死鬪) 그 자체였다. 한반도 곳곳에 많은 피해를 주며 태풍은 지나갔다.

비와 바람은 싹을 틔우기도 꽃을 피우기도 열매를 맺게도 하지만 때로는 그가 준 것들을 또 다른 모습으로 앗아가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 앞에서 늘 나약하고 또 속수무책이다. 그러기에 겸손해야한다. 그래서 순응해야한다.

동양철학인 주역(周易)에서의 인간은 천지만물(天地萬物) 다른 어떤 존재 보다 절대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 또한 우주란 공간속의 하나의 보잘 것 없는 미물(微物)이다.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절대 거스르지 못하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인간이 열매의 씨앗이라면 사주팔자는 그 씨앗의 유전자이다. 운(運)은 자연현상이다. 부모복은 뿌려질 토양과 환경과 생육조건이다.

씨앗의 유전자와 조건에 따라 발아시기, 개화시기, 열매가 맺히는 시기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에 따라 맺어진 열매의 상태도 다를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맺어진 열매라도 다 익기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아니 애초에 싹조차 틔우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이 그렇다. 호박씨가 수박으로 열리는 법은 없다. 누군가는 부모를 잘 만나서 온실의 화초처럼 살아가는가 반면에 누군가는 들풀처럼 비바람 견디며 살아간다. 생물학적 부모와 유전자는 절대 바꿀 수 없다. 그것은 숙명(宿命)이다.

어디서 태어났건 어떻게 자랐건 태어났기에 우리는 우주가 허락한다면 꽃을 피워야 한다. 모진 비바람도 불 것이다. 때로는 꺾이고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또 피우고 또 피워야 한다. 또 그렇게 피운 꽃도 버려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어떤 열매인지는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그래서 피워내야 한다. 이것은 운명(運命)이다

가을. 꽃 진자리에 열매가 열리는 계절이다.

봄날 아름답게 꽃 피웠을 여러분의 가을이 더욱 풍성하길 기원합니다.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향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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