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뉴스 박현정의 서비스 산책) 1990년대에도 현재의 BTS만큼이나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던 아이돌 그룹이 있다. 바로 H.O.T.와 젝스키스다.

이때 이들의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학교 점심시간, 교실에서 잠시 TV를 틀어놓으면 H.O.T.팬과 젝스키스 팬이 서로 자기 오빠들의 뮤비(뮤직비디오)를 틀겠다고 싸우곤 했다.

이런 상황은 오프라인 공개방송에서도 일어났다. 노란 풍선을 든 젝스키스 팬들과 하얀 풍선을 든 H.O.T.팬들이 서로 자신의 오빠들이 더 멋지다고 소리치다가 난투극이 벌어지는 상황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거 난투극을 벌리던 이 팬들은 20년이 넘도록 은퇴한 오빠들을 기다렸고 결국 2019년 재결합까지 시키기에 이른다.

비록 결혼은 다른 오빠들과 했지만, 아기를 둘러업고 대한민국의 끝자락 제주도에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팬들의 열정은 꺼지지 않는 올림픽 성화처럼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충성고객의 힘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스타를 위해 목청 높여 홍보해 주는가 하면, 흉을 보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침을 날리며 대신 싸워주기도 한다.

이런 고객들은 상품, 가격, 구성, 맛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위해 그들의 일을 자신을 일처럼 나서서 해준다.

이런 충성고객을 많이 보유한 대표 브랜드 중 하나, 바로 ‘애플’이 있다. 매년 비슷한 모양의(거의 똑같은 수준이지만) 핸드폰을 출시하지만 나오는 족족 구매하겠다고 새벽부터 전 세계의 사람들이 줄을 선다.

‘애플빠’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애플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애플이니깐!” 대답도 간단명료하다. 애플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F&B 업계의 애플 같은 존재 스타벅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여름, 커피 한 잔씩 마실 때마다 쌓여 일정 개수에 도달하면 선물을 받는 프리퀀시를 모아 ‘서머레디백’을 받겠다고 전국이 난리가 났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은 680잔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프리퀀시 도장을 받아 사은품 가방 40개와 커피 한 잔만 챙겨 가버렸다. 결국 고민하던 매장 매니저는 남은 679잔의 커피를 제조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나눠주면서 이 사건은 이슈화되었다.

그런데 이 이후 반응에 더 주목해야 한다. “도대체 서머레디백이 뭐야?”라는 반응과 함께 스타벅스 이벤트가 더 주목받았고 “그 빽이 뭔진 모르겠지만 나도 갖겠어!”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이 된 셈이다. 나 또한 스타벅스 돗자리를 받겠다고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고 재고가 있는 매장을 찾아 돌아다녀 봤으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콩깍지가 눈에 씌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ONLY YOU! 당신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랑이 당연시 여겨질 때가 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무뎌질수록 우리는 새로운 ‘썸’을 타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하지만 호기심에 찔러보는 관계는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이벤트도 만들어 보고, 오랜만에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전하기도 하면서 지혜롭게 권태기를 극복해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난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나를 좋아하고 찾아 주는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느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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