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뉴스 백범준의 해우소) 오월이다. 꽃피는가 싶더니 어느덧 꽃 진 자리가 푸르다. 어제(5월 5일)는 입하(立夏)였으니 절기상으로 여름에 들어섰다.

신록의 계절 오월을 일찍이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기적처럼 아름답다 노래했고 작곡가 슈만은 이것을 악보에 옮겼다.

노천명 시인은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웬일로 무색하고 외로워 서러운 노래라도 부르자 했고, 김용택 시인은 저 화사한 산 하나를 들어다가 누군가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라던 피천득 시인도 오월 속에 살았다. 죽은 자에게도 산 자에게도 잊혀 질 수 없는 또다시 찔레꽃 피는 아침도 도종환 시인의 오월 이야기다.

오월은 날짜 하루하루에 어린이가 있고 어버이가 있고 부부가 있다. 근로자도 스승도 성년도 있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할 사람들이 오월에 있다.

오월에는 누군가의 생도 있고 누군가의 죽음도 있다. 누군가는 잊어도 된다고 또 누군가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오월의 어느 날도 있다.

잊혀지는 사람도 잊혀 지지 않는 사람도 오월에는 살고 있다. 오월은 한(恨)과 흥(興)과 생(生)과 사(死) 공존의 달이다.

눈이 부셔 반쯤 찡그린 눈으로 난생처음 코끼리를 보았던 내 기억 속 동물원의 그날은 오월이었으리라. 녹여먹는 속도 비해 컸던 조르지 않아도 먹을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이 손과 옷을 끈적이게 해도 혼나지 않던 그날도 아마 오월이었으리라. 빨간색 초록색 서툰 가위질 풀질로 카네이션 종이꽃 만들던 그날도 오월이었으리라. 색색연등 화려했던 법주사에서 가족사진 남기던 그 어느 날도 오월이었으리라.

이렇게 오월을 살았고 감사하게도 오월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사람들과 내생에 남은 오월도 눈부시게 향기롭게 살 것이다.

오는 일요일에는 성모산 마야사(摩耶寺)를 가려 한다. 작은 소원 담아 연등도 달아보려한다. 꽃물로 아기부처님 씻겨 드리고 내 번뇌도 씻어 보리라. 아마 향기 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오월. 생일은 부처님인데 설레는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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