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충북뉴스 강대식의 세상만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근무하던 직원들 중 땅 투기를 했던 사람들의 방법을 보면 한 필지의 토지를 여러 사람 지분으로 나눠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사례가 많았다.

그 이유는 나중에 토지가 개발돼 아파트가 신축되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소위 ‘딱지’를 받아 경쟁 없이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필지에 여러 사람 명의로 등기를 하면 등기가 되어 있는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금전적 부담도 적으며,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되면 나중에 분양을 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하여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아마도 공동지분매입방식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투기방식이었을 것이다.

한 필지의 토지를 다수의 명의로 지분을 나누어 이익을 취하는 방식은 조합원 아파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합원아파트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 1㎡의 지분을 매입해 조합장 선거에 나가 당선되어 조합장으로 활동하면서 이권을 챙기다 구설수에 오르거나, 심지어 구속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문제역시 토지 면적 크기와 상관없이 해당지역에 1㎡의 토지라도 자기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으면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는 모 은행이 현재 골프장을 건립 중에 있다. 골프장 허가를 득하기 위하여 그들은 지분 쪼개기 수법을 동원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토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인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주 2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강제수용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자 소유의 토지 한 필지를 17명의 서울 및 인천 등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1㎡(약 0.3평)씩 이전한 후 허가신청을 하였고, 음성군은 이를 허가해 주었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음성군이 한 허가가 회원제골프장은 강제수용이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1㎡씩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람들의 토지는 다시 원래대로 토지주에게 이전되었다. 이런 형태를 보면 토지는 매도된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자 사업자는 법적으로 강제수용이 가능한 대중제골프장으로 허가방식을 바꾸었고, 다시 11명의 이름으로 1천464분의 100㎡씩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전체 대상 사업지 소유지분자들의 수를 늘리고 토지 쪼개기에 가담한 그들이 찬성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음성군에 허가신청을 했다.

물론 음성군는 또다시 골프장허가를 내 주었다. 이 사건에서 보면 농지인 토지를 지분으로 나눠 매매형식으로 소유권자를 늘리는 방식을 사용했음에도 행정관청인 음성군이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허가를 내 준 점은 문제다.

아울러 사업자가 지분 쪼개기로 해당 사업부지의 토지 소유권자를 늘리고 그들이 특정업체를 위하여 강제수용을 찬성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농사를 짓는 농민들만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자신의 토지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은 비극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토지 쪼개기로 사업부지의 토지소유주 수를 늘리고 우호적인 그들의 동의서를 이용하여 허가를 받아도 이를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토지주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법률규정은 허울뿐인 규정이다.

사업부지의 3분의 2만 소유하면 단독 소유주라 해도 사업부지 내의 반대하는 토지주가 100명이든 1천명이든, 그들의 동의나 찬성이 없어도 얼마든지 강제수용절차가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도시개발시설사업에 따른 강제수용절차를 진행하거나 재개발이나 토지수용으로 인한 아파트 건립 시에 소유주의 범위를 한필지당 대표자 1명만을 특정하도록 법률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아울러 주말농장의 경우 농지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부분도 면적대비 거리제한을 두어야 한다. 특정 토지에 대하여 십여 명이 같은 날 모두 수도권에서 감곡까지 내려와 1㎡에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매매를 신청한 것을 음성군은 허가했다.

정말 농사를 지을 것으로 판단하여 허가했을까. 골프장허가가 법원에 의해 취소되자 사업자는 다시 같은 필지를 같은 날 매매면적만 100㎡로 하여 농지거래를 신청하였고, 이번에도 음성군은 이를 허가했다.

두 번에 걸친 음성군의 농지거래허가는 허가권 남용이기에 앞서 직무유기다.

골프장 사업자와 모종의 결탁이 없었다면 과연 이런 허가가 가능했을까? 아직도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살아가던 농부들이 삶의 터전에서 소송을 당해 강제로 쫓겨났다. 복숭아나무도 모두 베어졌다.

법원은 위와 같은 지분 쪼개기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사업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음성군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자갈투성이의 농지를 대도시 사람이 1㎡씩 사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1㎡씩 매입한 그들은 누구도 농사를 지은 사실도 없을게다.

상식도 사라지고 편법과 법률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방치한 것이 행정당국인 음성군이라는 것이 주민들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도 이런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보를 사전에 알고 투기를 일삼은 지도층의 혐오스러움과, 모순을 지적하지 않고 펀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의 침묵과, 범죄임이 명백함에도 눈감아버렸던 검찰의 편리주의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고 기가 막힌다.

과수원에서 쫓겨난 힘없는 농민들아. 법률이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대들이 힘을 만들지 못한 것이니. 어쩌랴. 힘없어 당해야 하는 허약한 자신들의 능력을 욕할 수밖에. 누군가는 이렇게 소리치며 웃고나 있지 않을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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