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충북뉴스 강대식의 세상만사) 사법부가 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는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투표에 부쳐 의원 179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여당의원들의 공동발의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접수된 지 불과 5일 만에 일사천리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이다.

임성근 판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 재판에 개입하여 청와대 의사를 반영, 가토 지국장에게 유죄가 선고될 수 있도록 다른 판사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직권 남용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1심 법원은 임 판사의 범죄인 직권남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임 판사는 형사재판으로 기소되면서 약 3년 정도 정상적인 재판업무에서 배제돼 있었고, 지난 5월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임 판사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면 이번처럼 국회에서 판사가 탄핵소추를 받는 오명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가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 전 사표를 제출했느냐 않았느냐의 문제도 불거져 나왔었다.

임 판사가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자, 대법원은 임 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다음 날 임 판사는 지난 5월경 김 대법원장과 면담하던 당시의 대화 녹음을 공개했다.

대화내용은 충격적이다. 대법원장이 임 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국회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즉, “국회가 탄핵을 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자신이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비난을 받을 것을 의식하여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이다. 김 대법원장도 거대 여당의 180석 의석은 두려웠나보다.

김 대법원장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려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는 판사들의 최고 수장이다.

신(神) 이외에 합법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법관뿐이다. 대법원장은 그 집단의 최고책임자이고 3권 분립의 국가에서 사법부를 대표한다.

법관에겐 정의(正義)와 공정이 생명이다. 법관의 판단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법정에서 국민이 믿는 판사의 정의로움은 정치권력의 정의와는 다르다.

헌법에서 부여해 준 힘은 정의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 국민들을 기만하는 거짓 해명을 하고,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입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대법원장으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김 대법원장은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이 지금은 모두 거짓처럼 들린다. 스스로 “자신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까지 했었다. 무엇이 사법부의 변화이고 개혁인가. 의회 눈치나 보고 정권에 편안하게 안주하려는 것이 사법부의 변화이고 개혁을 상징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이유로 사법부 스스로 입법부의 시녀(侍女)를 자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김 대법원장의 표현이나 그 동안 사법부에 대한 주변의 흔들기에 뒷짐만 지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처신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법부를 지킬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수장이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켜서야 되겠나. 차라리 사법부를 굳건하게 지킬지 못할 바에야 스스로 그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개인의 공명을 위한 자리라기엔 사법부의 존엄적 가치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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