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충북뉴스 강대식의 세상만사)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지난해 11월 19일 쇠톱으로 목 부위를 훼손한 50대 황 모 씨에 대해 검찰은 특수공용물건손상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청주지법 고춘순 판사는 “사전에 쇠톱을 준비하고 CCTV를 차단하는 등의 계획적인 범죄를 저질렀지만 관리청인 충청북도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선처를 요구한 점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면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란 뜻으로 1983년 12월 준공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6명의 전직 대통령이 이용했던 곳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져 2003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북도로 이관하기까지 20년간 대한민국의 남쪽 청와대의 역할을 했던 뜻깊은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청남대에는 6명의 전직 대통령 이름을 딴 대통령 테마길을 만들었고, 10명의 전직 대통령 동상도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전직 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예우 자격이 박탈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상 철거논란에 휩싸이자 충청북도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충청북도 역시 쉽사리 정무적판단(政務的判斷)으로 처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황 모 씨는 직접 쇠톱을 가지고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를 절단하다가 발각돼 구속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이시종 충북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대통령 길은 폐지한다”면서도 “청남대 일부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 동상 옆에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고, 동상은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법적으로 이를 철거할 명분이 없었고, 조례 제정도 실패했으며, 청남대 주변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충청북도의 이러한 판단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전체 도민의 의사가 아닌 특정 집단의 의사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설치된 설치물을 함부로 철거하거나 폐기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철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충청북도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고, 구속된 황 모 씨를 ‘정의로운 시민’이라고 평하며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황 모 씨의 행동은 누구 눈에는 정의(正義)이고, 누구 눈에는 범죄자(犯罪者)로 보인다는 이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 세금으로 설치‧관리되는 시설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다르다고 해서 계획적으로 몰래 파손하고 훼손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범죄도 불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이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반도는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과 한국전쟁 그리고 근현대사에서도 이념과 정권 탈취 및 유지를 위한 범죄가담자들이 국민들의 삶을 혼란 속에 몰아넣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개개인의 일생을 모두 꺼내 놓고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된 과오(過誤)가 나타나면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지우는 행위를 우리가 해야 하는가이다.

그러기에는 우리 현대사도 너무나 많은 양극화로 인해 이념전쟁 같은 고통의 길을 걸어 왔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잘못된 사항을 후세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이 있다고 우리 헌정사에 깊게 박혀있는 특정인의 흔적을 모두 도려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과거 일제 잔재 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에 와서 그들을 찾아내 죄 값을 치르도록 벌할 수도 없지 않은가.

아픈 역사도 역사다. 아프다고 하여 역사를 지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충청북도는 공유물을 훼손한 황 모 씨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법원에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잘못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는 것은 결국 그런 행위를 또 다른 사람이 하여도 용서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황 모 씨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진정으로 충청북도에 잘못을 선처해 달라고 용서를 구했는지도 묻고 싶다.

그렇지 않고 시끄러운 소요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에서 정무적판단으로 한 결정이었다면 대단히 유감이다.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황 모 씨 역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범죄자였기 때문에 울분에 차서 한 행동이 아니었던가.

이런 부분을 사려 깊게 바라보고 공과를 분명히 하는 것도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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