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등 전액 삭감 지정예술단 살리기만 ‘혈안’
보조금 사후관리 대책 전무…최종 반영여부 관심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예산안 심사 모습. ⓒ충북뉴스

(충북뉴스 안영록 기자) 노현식무용단(대표 노현식 청주시무용협회장‧창원시립예술단 상임안무자 겸 예술감독)의 보조금 비위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북도와 문화예술단체가 전액 삭감된 ‘지정예술단 예산’ 살리기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4일 내년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안 심사를 벌여 2019~2020 충북도 지정예술단 첫 해 운영비 4억5천만 원(3개 단체, 1억5천만 원씩) 전부를 삭감했다.

계속사업인 지정예술단 운영 예산 전액 삭감은 극히 이례적으로, 2011년부터 운영돼 온 지정예술단은 사실상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충북도와 문화예술단체는 노현식무용단의 보조금 부적정 집행 의혹 규명과 사후관리 대책 마련은 뒷전이고 일단 예산부터 세우고 보자는 식이다.

충북문화예술포럼(대표 김승환)은 9일 성명을 내 “도의회는 지정예술단 예산 전액을 회복함과 동시에 증액하라”면서 “충북 예술가와 예술단체는 재정 투명성과 예술행위에 진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열악한 충북의 예술 환경과 전국 최하위 수준인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꼽았다.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 자료. ⓒ충북뉴스

하지만 올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노현식무용단의 허술한 보조금 사용 내역이 드러난 만큼 지정예술단 예산 살리기에 앞서 현재 제기된 의혹 해소와 함께 철저한 보조금 사후관리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자부담 한 푼 없이 전액 혈세인 보조금으로 2년간 공연사업을 벌이는 지정예술단 운영 특성상 더욱 그렇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충북에서 활동하는 우리들은 보조금 사업 하나 따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지정예술단에 지원된 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며 "현재 드러난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밝히고 그에 따른 충북도의 대책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지정예술단이 지속돼야 한다면 예술감독이나 전문행정가를 선정해 총괄책임을 맡겨 국‧공립단체 이상의 수준 높은 공연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11월 20일 행감부터 노현식무용단의 부실한 공연실적 자료 등을 지적해온 자유한국당 이옥규 도의원은 4일 열린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안 심사에선 “보조금이 상식에 맞지 않게 집행된 상황에서 또 다른 보조금 리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의 지정예술단 운영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노현식무용단이 충북도에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행감 자료를 보면 확인되지 않는 곳에서의 교육 진행과 짜 맞추기식 공연실적, 관람객 수 부풀리기 등이 고스란히 올라 있다.

▲노현식무용단이 충북도에 제출한 행감 지적사항에 대한 해명자료 사진. 오창호수공원에서 관람객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고 밝힌 야외무대 공연 모습. 사진으로만 볼 때 관람객 수는 50명도 채 안 돼 보이고 있다. ⓒ충북뉴스
▲노현식무용단이 충북도에 제출한 행감 지적사항에 대한 해명자료 사진. 왼쪽부터 보은 회인초 와 청주 비상초 교육 모습. 회인초 관련 사진을 스캔해 비상초 자료 사진으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뉴스

이에 대한 해명자료도 엉망이다. 애초 하루 2회 각각 800명과 500명 등 1천300명이 관람했다고 밝힌 오창호수공원 야외무대 공연은 1회 500명으로 축소 보고했다. 첨부한 사진자료를 보면 실제 관람객은 50여명 정도도 채 안 돼 보인다.

조작한 정황도 있다. 보은 회인초에서 교육한 사진자료를 스캔을 떠 청주 비상초 교육사진 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보조금 1억143만1천800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13일과 20일, 12월 11일 증평‧충주‧진천에서 3회에 걸쳐 진행한 창작신작 ‘돗가비난장’ 공연은 의혹투성이다.

사업비 산출내역에는 의상제작비로 1벌 당 30만원으로 해놓고 실제 집행에서는 두 배 가까이 많은 58만원을 썼다. 당초 40벌(벌 당 30만원)에 1천200만원으로 책정했다가, 지출내역에는 의상, 소품디자인 및 제작 1천270만원으로 정산 보고했다.

공연 프로그램과 영상물 확인결과, 게스트 9명을 제외한 무용수는 12명으로, 30만원×12벌에 타악퍼포먼스에 사용된 겉옷 쾌자 9벌 등 630만 원 정도가 돼야하는데 군무 의상 20벌×58만원과 의상 2벌×55만 원 등 1천270만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각각 1천300만원과 600만원을 썼다고 보고한 무대 조명과 특수효과의 경우, 에어샷이나 이탈장치 등을 사용한 흔적이 미미한데다, 청주 등 충북에도 유사한 업체가 다수 있는데도 외지업체에 맡겼다.

애초 2인 200만원으로 책정된 타악 지도비는 344만1천600원으로 크게 늘었고, 이에 대한 인건비는 이 무용단 대표와 친분이 있는 대전 지역 2명의 무용수에게 지급됐다. 

인건비 지출에서도 공연 진행 포함 전체 29명 중 14명이 서울, 인천, 경기 용인, 경북 구미, 전북 군산, 대전 등 타 시‧도 거주자인 것은 지역 예술인 창작활동을 도모하는 지정예술단 운영 취지와도 맞지 않다.

노현식 대표와 가까운 외지 거주 K‧A씨에게는 공연 출연료와 퍼블릭 프로그램 강의 명목으로 각각 300만원이, L씨에게는 280만원이 지급된 반면, 도내 거주 중견무용인 K씨에게는 150만원이 지급됐다.

이러한 노현식무용단의 보조금 집행 부적정 의혹이 도의회 행감에서 제기되면서 사정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한편 도의회는 오는 13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내년 충북도 예산안을 심사한 후, 14일 오후 2시 열릴 3차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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