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박사‧충북정론회 고문 강대식) 요즘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9‧19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둘러싸고 북한을 국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특별한 집단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나 정부 여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체결한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하여 비준절차를 밟아 이를 공고히 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나 여당이 요구하는 비준 안에 대해 쉽게 이를 처리해 줄 것 같지 않자 청와대는 헌법 조항을 꺼내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하여 국회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리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로 비준절차를 마무리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의 내용이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아 국회 비준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렇까?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 지역은 한반도에 속하는 곳이기 때문에 국가가 아니고 우리가 향후 평화통일을 완수해야 할 특별한 집단이라는 해석을 하면서 북한의 국가성을 배척하는 해석을 한 것이다. 

청와대나 여당의 주장처럼 헌법의 자구(字句)만을 해석한다면 북한은 국가가 아닌 것은 맞다. 그렇다면 국가간에 체결한 것도 아닌 한 국가내의 단체와 체결한 선언서 및 합의서에 청와대나 여당은 왜 비준을 하려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비준은 전권을 위임받은 이가 서명한 국가 간의 조약 따위에 대해 대통령 또는 헌법상의 조약 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비준을 하는 이유는 외국과 체결한 특별한 행위에 대하여 이를 서로 인정하고 자국내에서 법률과 같은 구속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국가 내부의 단체나 기관과의 협약이나 선언을 비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군사합의서가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장하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여부다.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남북군사합의서 이행에 필요한 재정을 아직 산출하지 못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한 것으로 볼 때 재정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평화를 위하여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면 기꺼이 그 비용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비용이 소요된다면 또한 헌법에 따라 당연히 국회의 비준이 필요한 사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말싸움을 보면서 국민은 식상하고 지루하다.

정부 여당은 평양선언이든 군사합의서든 그 내용과 처리방법, 소요되는 비용 등을 모두 국민들에게 알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하여 국회비준이 필요하다면 국회를 설득하여 비준을 이끌어 내는 정치적 노력을 했어야 한다. 

그런 노력없이 자신들이 추진한 성과만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평화를 빌미로 국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로 비쳐질 수 있다. 

또한 야당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정확한 실체와 내용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안이라면 정치적 판단보다 앞으로 전개될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위해 결단을 통해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자당(自黨)에 조금은 불리할 수 있는 사안이라도 서로 협조하는 숙련된 정치권의 참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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