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뉴스 청주=안영록 기자) ‘4전 5기’ 도전 끝에 올해 세종지역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27·사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씨.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과는 올해 소방공무원 11명을 배출했지만, 유독 이 씨가 눈에 띈다. 시험 응시 횟수도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기 때문.

2012년 입학한 그가 처음 소방공무원에 도전한 것은 2014년 응급구조사 국가고시를 앞두고서다. 

당시 친한 선배들과 의기투합해 소방공무원 시험 출제 유형 등을 체득할 겸 시험에 응시했다. 첫 해에는 시간이 빠듯한 데다 공부량도 적어 낙방했다. 

응급구조사 국가고시 합격 이후 제대로 소방공무원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내수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을 지낸 어머니가 소방공무원을 권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은 이 씨가 사회에 선한 기운을 뿌리는 직업을 갖길 원했다.

그는 단기간 합격을 목표로 2016년 상경했다. 여느 수험생이 그렇듯,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리긴 싫었다. 생활비와 학원비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했다. 하나만 해도 벅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이 없는 날은 최대 18시간쯤 책을 봤다. 오로지 합격만 생각했다. 수험교재에 실린 글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꾹꾹 눌러 읽었다. 어제 공부했던 것을 잊어버리는 날이 많았지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목표가 뚜렷하니 의욕이 앞섰다.

문제는 지구력이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했던지라 누가 엉덩이가 무거운지 겨루는 수험생활의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의욕적으로 며칠은 장시간 공부했지만, 눈에 글이 들어오지 않는 날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괴로웠다 게 이 씨의 전언이다. 

2017년, 결국 슬럼프가 왔다. ‘나는 이렇게 공부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고향인 청주에 내려와 잠시 머리를 식혔다. 그러나 모든 게 싫었고 무기력한 상태였다. 수험서를 펴지 않는 날이 오래 지속됐다.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공들인 게 아까우니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 씨는 결심했다. ‘그래, 후회 없이 한 번 더 해보자. 내년에도 떨어지면 다른 일을 하자.’

그는 집과 충북보과대 열람실 등을 오가며 다시 전력투구했다. 배수진을 친지는 오래고 이제는 결과를 내야 했다. 

지난 4월. 그는 결국 5번째 응시한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주변에서는 격려가 쏟아졌다. 묵묵히 지켜보던 부모님은 세상을 가진 듯 기뻐했다.

이 씨는 “정말 힘들 때 교수님들께 전화해 격려와 조언을 받았다”며 “졸업생이라 학교에서는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교수님들은 졸업생인 내게도 관심과 신경을 써 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충북보과대 응급구조과의 교육과정이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학기 때 배운 소방학개론이 도움 됐다”고 전한 그는 “눈에 익힌 것들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던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 등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우물만 팠으면 좋겠어요. 응시하는 지역의 커트라인이 높고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 합격에만 집중하세요. 한두 번 실패했다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달렸으면 해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은 큰 고통 없이 원하는 것을 성취했으면 합니다. 또 쉴 땐 쉬고, 공부할 땐 확실히 하면 반드시 빛을 볼 것입니다.”

중앙소방학교 입교를 앞두고 있는 그는 입교 전까지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이송센터 일을 하고 있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응급구조사가 됐고 또 소방공무원을 평생직업으로 삼게 돼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단다.

한편 2007년 3월 개설된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과는 올해 11명, 지난해 9명의 소방공무원을 배출하며 ‘소방공무원 양성소’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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