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박사·충북정론회 회장 강대식]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관련 문건 4톤 가량을 파기하기 위해 파쇄업체에 보냈다가 문제가 되자 다시 이를 되가져왔고, 국가기록원은 파기하려고 했던 문서들을 분류하여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들을 골라 일부 문서를 국가기록원으로 옮겨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문서 속에는 원본문서와 보존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문서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문서를 파기하려는 시점이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에 있었던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 다스의 실소유자문제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항에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시기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국민들은 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감추기 위해 계획적으로 파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주요문서에 대한 계획적이고도 조직적인 파기는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민감한 시점에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국가기록원 및 국토부의 조사가 모두 끝나야 진위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가의 중요한 기록문서는 특정집단이나 개인 등이 함부로 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조선왕조실록이 선정된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생생한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지금의 생활상이나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매개체는 문서일 수밖에 없다. 

기록이 없는 나라는 존재한다 해도 의미가 없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우리 선조들이 발명하고 책을 출판하였음에도 우리에게 원본이 없다는 현실은 비통한 것이다. 

정부도 국가의 중요문서와 대통령의 기록물 등을 보존하기 위하여 대전 본원과 성남 나라기록관, 부산 역사기록관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점점 사라져 가는 근현대사의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훼손 멸실되거나 사장될 우려가 있는 자료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노력하고 있으며, 금년 주제를 3.1운동 관련 문서 및 일제강점기 기록물 수집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펼치는 반대편에서 4대강 사업과 같이 중요한 국가기록 문서를 파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무책임한 직무유기인 동시에 범죄행위다.

청주시도 지난 해 12월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청주시기록관의 개관식을 가졌다. 

청주에서 생성된 중요한 기록물을 보관‧관리해 후대에게 유산으로 남겨주려는 의도로 개원한 것이다. 

이처럼 각개에서 기록의 중요성이 인식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속에서 정부 산하기관에서 자행된 기록파기 시도는 그냥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 기록의 중요성을 모든 공직자나 국민들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일벌백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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